게임아님/갔다

갑자기 갔다 삿포로 / 2일차 , 귀국

MEES_ 2018. 11. 6. 03:32

솔직히 잘 일어날 수 있을지 걱정이 없지는 않았다.

비행기나 버스에서 잔 시간을 빼면 32시간만에 누운거고, 그동안 술도 먹고 오락도 하고 빨빨빨거리면서 잘 돌아다녔으니까.


결론적으로는.. 8시에 잘 일어났다. 나는 시간감각이 꽤나 있나 보다.

부랴부랴 씻고 8시 반 조금 지나서 바로 나왔다.

나오는 길에 콘스프 한 캔. 맛있다!


2일차의 오전 일정은 마루아먀 동물원으로 정했다. 

시간 여유가 꽤 있어서 걸어가기로 했는데, 마루야마 공원에 도착해도 개장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 공원까지 둘러보기로 했다.


날씨가 무척이나 좋아서 기분도 좋았다. 그래도 가을이라고 거리가 노란색 한 가득이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홋카이도 신궁도 조금 돌아 보았다. 

근처 조그만 사당에서 오미쿠지도 뽑아 보았는데, 길이었다. 소소하게 기분이 좋다.


개장시간이 되어 동물원으로 출발.


한 두세달쯤 전의 글에 공사중이라는 얘기를 보았는데 아직도 입구쪽은 공사가 진행중이어서 조금 어수선했다.

입장권은 성인 600엔.


그냥 동물들 구경 하면서 슬슬 돌아보기로 했다.


일요일이라 가족 단위로 많이 왔는데 나는 그 사이에서 빨빨빨 잘 돌아다니면서 1시간정도 구경을 했다.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곳도 있어 동물이 없는 우리도 몇 군데 있었다.


동물원에서 역으로 가는 길. 올라올때는 도로를 따라 왔는데 나올 때 보니까 산길 같은 곳이 있어 내려갈때에는 이쪽으로 내려왔다.

이 길은 등산로도 겸하고 있어서 산 쪽으로 올라가면 산 정상까지 이어진다고.


점심시간이 되어 점심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점심은 게스트 하우스 바로 앞에 있던 NekoStyle. 처음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을때 건물 분위기가 맘에 들어서 눈여겨 보았던 곳이다.

건물 겉만 보면 약간 시골 밥집 느낌이 났는데 들어가보니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경양식 카페라고 할 만 하다.

런치 오픈 시간 딱 맞춰서 간 터라 내가 첫 손님이었는데, 2층도 있다길래 2층에서 먹기로 했다.

이곳의 특징이라면 NekoStyle이라는 이름 답게 2층에서 고양이를 볼 수 있다. 털 날리고 그러니까 유리 너머로만 볼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고양이와 놀 수 있게 자리마다 고양이용 장난감을 두어 놓았다.

하지만 일요일이라고 얘도 쉬는 날인지 이 사진을 찍은 이후로 계속 잠만 자서 놀지는 못했고 잠자는 뒤통수만 하염없이 보았다.

점심은 '오늘의 추천 런치(하루 10개 한정)'로 했다.

이 날의 추천 런치는 규스키였다.

밥이 좀 끈기가 많았던 걸 제외하면 맛있게 먹었다.

원래는 오므라이스를 먹으려 했는데 이걸 먹었으면 실패였을 지도?


점심도 여유롭게 먹었고.. 소화 겸 해서 슬슬 돌아다녔다.

스스키노 쪽에 애니메이트나 멜론북스도 있길래 가서 만화책도 좀 보고, 오타쿠 구경도 좀 하고..

오사카 덴덴타운은 오타쿠 구역같은 느낌인데 이쪽은 그냥 이런 가게가 몇 개 붙어 있는 정도.

만다라케도 가볼까 했는데 딱히 살 것이 없어서 패스했다.


오후 3시쯤 되었는데 이때부터 술을 좀 마실까 하다가, '술은 어두워지고 나서'라는 마인드가 있어 접고, 두 시간정도 라운드원에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저녁 목적지인 삿포로 맥주 박물관으로 출발.


제일 가까운 역인 히가시야쿠쇼마에 역에 도착한 것이 오후 5시 30분.


바로 걸으면 15분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가느라 박물관까지 30분정도 걸렸다.


저멀리 보이는 맥주박물관.


이미 바깥은 어두운 상태에다가 원래 목적도 뭘 보는게 아니기에 그냥 대충 보면서 돌아다녔다.


그리고 바로 오늘의 목적인 테이스팅 룸으로.

그런데 아뿔싸, 8시 폐장이라고 해서 6시쯤 여유롭게 온 건데 테이스팅 룸의 라스트 오더가 6시 30분까지란다. 약간 낭패를 보았다.


어쨌든 먹어보고 가야 하니 테이스팅 세트로 일단 한 잔. 셋 다 맛이 다르지만 모두 좋아하는 맛이다.

맥주를 주문하면 입 심심하지 말라고 아래 사진같이 쪼그만 과자를 준다.

그리고 좀 아쉬워서 주문종료 직전에 블랙라벨을 하나 더 마셨다. 좋아.


다시 역으로 돌아가는 길. 맥주박물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바로 주택가가 나오는데 관광지도 좋지만 이런 길 돌아다니는 것이 나는 더 마음에 든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다시 오도리 역 쪽으로 돌아왔다. 뭘 먹을지 못 정해서 번화가 쪽으로 가면 뭐가 있겠지 하고 나온 것.


대충 눈에 띄는 곳으로 들어가서 치킨스테이크와 술을 먹었다.

솔직히 말하면 저녁은 대실패였다.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닌데, 가격이 너무 비쌌다.

단체로 와서 분위기 값을 내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혼자 와서 먹고 가기에는 좀 아니었고, 가격도 그만큼 나갔다.

뭐, 이미 시켜놓고 술도 마신 상태라서 그냥 먹고 가기로 했다.


원래는 이 다음에 모이와 산으로 가서 야경을 볼 계획이었으나, 몸상태도 몸상태고 돈도 돈이라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을 했느냐? 2시간정도 라운드원에서 마지막 날의 저녁을 보냈다.

솔직히 지금 생각 해 보면 전망대에 가는게 맞았을 수도 있고.. 

그래도 한국에서는 못하는 것이니까 하는 것에 의의가 있었을수도 있고.. 


11시 40분까지 있다가 숙소까지 그렇게 멀지 않아 걸어가기로 했다. (이쯤 또 배터리가 다 떨어졌다.)

확실히 일요일 심야라서 그런지 거리는 매우 한적했다.


그리고 하루의 마무리. 박물관에서 사온 오이스터블랙 1병과 캔맥주 2캔 정도를 먹었다.

자고 일어나자마자 짐싸고 나와서 바로 비행기를 타야 하니 일찍 자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결국 평소대로 1시쯤 취침.




3일차는 사진을 아예 안찍었다.

8시 기상 - 8시 45분 체크아웃 - 9시 20분 쾌속에어포트 탑승 - 10시 20분 탑승수속 - 11시 20분 출발

이렇게 딱딱 정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뭘 딱히 찍어야겠다 생각 한 것도 없었고.


생각보다는 밥을 먹을 여유가 되어서 먹고 열차를 탈지, 공항 도착해서 밥을 먹을지 하다가 혹시 모르니까 후자를 택했다.

결론은 비추천이다. 


(사진은 칸사이 공항)


칸사이 공항때 처럼 비싸지만 그래도 먹을 만한 것들이 있겠지 싶어서 공항으로 가서 먹기로 한 건데, 

막상 도착해서 탑승수속을 하고 들어가보니 푸드코트 하나밖에 없었다.


가격도 비싸고 맛은 한국 고속도로 휴게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냥 밥에 양배추 조금 썰어 넣고 냉동돈까스 튀겨서 얹고 소스 뿌리고 900엔을 받더라.


나중에 이쪽에 올 일이 있다면 공항에서 밥을 먹는다는 선택지는 아예 배제하고 생각을 해야겠다.



여튼 이렇게 귀국하고 집에서 자고 일어나서 출근 한 후 이 글을 쓰고 있다.

출발 1주일 전에 예약을 했고, 짧았던 일정 치고는 나름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선 두번의 일본여행은 둘다 6박7일이었는데 이렇게 긴 일정이라면 어디를 못 갔을때 다음 날에 간다는 선택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2박3일이라는 매우 짧은 일정이라서 어딜 가야할지 미리 다 생각을 해야 했고, 이것들도 아주 허술해서 이런 점들이 좀 아쉬웠다.

다음번에 이렇게 또 짧은 일정으로 가게 된다면 그때는 좀 미리 계획을 견고하게 짜서 가야할 것 같다.


아마 다음 여행은 2월쯤이 될 것 같은데, 어디로 갈지, 얼마나 갈지는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여튼 잘 갔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