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y One 갈축을 샀을때 서울 올라가기 전까지는 키보드는 그만 사야겠다고 결심을 했었다.
미니키보드를 포함하면 이미 4개나 있는 상태였고, 여기서 더 사봤자 처박아두고 안 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어서인데.
알바하면서 시간 때우기로 중고장터를 훑어보던 중에 이 결심을 깨트릴 물건을 발견하였다.
오늘의 주인공 IBM Model M 키보드이다.
살지말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게 사고 싶을때 살 수 있는 물건도 아니라서 그냥 질러버리기로 했다.
Model M 키보드는 IBM 등에서 1984년부터 만들었던 키보드 타입으로, MS-DOS 출시가 1985년이었으니까 키보드에 윈도우 버튼은 당연히 없다.
내가 산 기기는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던 제품번호 1391401번인데, 다른 점이라면 한글 각인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먼저 영문으로 만들어진 기기에 한글로 각인을 한 것 같은데, 둘의 시간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기기 제조일자는 1991년 3월 1일으로,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 진 모델이다. 물론 이래도 나보다는 나이가 많다.
처음 키보드를 꺼내보고 들었던 감상은 '무겁다'였다.
요즘 기계식 키보드들도 내구성을 위해 보강판을 붙이니 뭐니 하는데 그것들보다 훨씬 무거운 무게였다.
이전 사용자들이 꽤나 관리를 철저히 했던 모양이다.
2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변색도 거의 없고 키캡에 먼지만 조금 낀 상태였는데 이건 닦아내면 그만.
키캡은 이중 키캡이다. 일단 바깥 키캡이 있고, 이 안쪽의 키캡을 또 빼내면 스프링이 보이는데,
요즘의 멤브레인 키보드에서 러버돔 대신 스프링이 들어있다 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바로 PC에 연결해 보기로 했다.
키보드쪽에 연결되는 SDL단자. 이것만 봐도 오래 되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PC쪽에 연결되는 단자는 PS/2를 사용한다. 그러고 보니 PS/2방식 키보드를 써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꽂으니 바로 동작을 한다. 솔직히 연식이 꽤나 되어서 살짝 불안하긴 했는데, 작동하지 않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타건해 보니 확실히 여타 기계식과는 다른 키감이었다.
리니어처럼 쑥 들어가다가 어느 순간에 탁 걸리면서 입력이 되는 방식인데 키압은 체리흑축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꽤나 무겁다.
걸리는 느낌이 있다길래 청축과 비슷하겠지 했는데, 청축이 짤깍짤깍이라면 이건 달각달각정도? 꽤나 묵직한 소리를 낸다.
키감이 꽤나 기분이 좋아 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람들이 이 키보드를 찾는지 이해가 갔다.
입력방식이 멤브레인 방식이어서 게임에 쓰기에는 힘들다는게 조금은 아쉬운 점.
솔직히 사고 나서 배송을 기다리면서도 긴가민가 했다. 내가 25년도 넘은 키보드를 비싼 돈 주고 사야 했는지,
이것도 다른 기계식 키보드처럼 몇번 써보고 처박아 두는 것이 아닌지...
하지만 받아서 써 보니까 이제 리듬게임 할때 말고는 이 키보드만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제 만약에 다음 키보드를 산다면 리얼포스같은 무접점을 살 계획인데, 나는 지금 이것으로도 만족하기에 그게 언제쯤이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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